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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365
1월 · 도원편

📖 Day 1. 황건적

도원편(桃園篇) | 약 4분 읽기

후한(後漢) 말, 건녕(建寧) 원년. 서기로 치면 168년의 일이다.

황하는 언제나처럼 탁한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넓고, 느리고, 무심했다. 수백 년을 이어온 한나라의 운명처럼.

탁현(涿縣)이라는 작은 고을에 한 사내가 살고 있었다. 나이 스물여덟. 이름은 유비(劉備), 자는 현덕(玄德). 한 황실의 먼 후손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몇 대째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유비는 짚신을 엮고, 자리를 짜서 팔았다. 어머니와 둘이 사는 오두막은 비가 오면 새고, 겨울이면 바람이 뼈를 찔렀다. 키는 일곱 자 다섯 치(약 174cm), 팔이 유난히 길어 무릎 아래까지 내려왔고, 귀가 크고 축 늘어져 자기 귀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얼굴에는 미소를 달고 살았지만, 눈빛은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사람이 몇 달째 굶주리고 나면, 두 가지 중 하나가 된다. 체념하거나, 분노하거나.

그 해, 대륙 전체가 분노를 택했다.

— · —

장각(張角)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스스로 '대현량사(大賢良師)'라 칭하며 태평도(太平道)를 퍼뜨린 자였다. 그의 가르침은 단순했다.

"하늘이 무너졌다. 새 하늘이 열린다."

굶주린 백성들에게 이보다 달콤한 말이 또 있었을까. 장각의 무리는 머리에 누런 수건을 둘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황건적(黃巾賊)'이라 불렀다.

순식간이었다. 수십만 명이 합류했다. 관아가 불탔고, 관리들이 도망쳤다. 나라가 아래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조정은 급히 칙령을 내렸다. 전국 각지에 방을 붙였다.

"의로운 사내를 모집한다 — 황건적 토벌에 뜻이 있는 자는 응하라."

— · —

유비가 그 방 앞에 섰다. 탁현 마을 어귀, 바람에 방의 끝이 펄럭이고 있었다.

한참을 서 있었다. 짚신을 엮는 손이 떨렸다. 아니, 떨린 건 손이 아니라 가슴이었다.

'나 같은 게 뭘 할 수 있을까.'

그때, 등 뒤에서 우렛소리 같은 목소리가 터졌다.

"사내라면 나라를 위해 싸울 것이지, 한숨이나 쉬고 서 있으면 뭘 하는 거요!"

유비가 돌아보았다.

키가 여덟 자(약 190cm)는 되어 보이는 사내가 서 있었다. 표범 같은 눈에, 제비 턱, 목소리는 우레와 같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그 거친 얼굴에 감추지 못한 뜨거운 분노였다.

"성함이?"

"장비(張飛). 자는 익덕(翼德). 이 동네서 술과 고기를 파는 놈이오."

장비는 유비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 뭔가 다르군."

유비는 쓴웃음을 지었다. "뭐가 다르겠소. 짚신이나 엮는 사람인데."

"아니." 장비가 고개를 저었다. "짚신쟁이 눈빛이 아니야."

유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거친 사내의 눈이, 스물여덟 해 동안 누구도 읽지 못한 것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장비가 제안했다. "우리 집에서 한잔 하시지요. 마침 술이 막 익었소."

두 사람은 장비의 주막으로 걸어갔다. 장비가 술을 따르고, 고기를 썰었다. 유비는 조용히 마셨다.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커다란 수레를 끄는 거한 하나가 주막 앞에 멈춰 섰다. 키 아홉 자(약 206cm), 대추처럼 붉은 얼굴, 누에처럼 누운 눈썹, 봉황의 눈, 그리고 허리까지 늘어진 수염.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길을 비켜줄 만한 기세였다.

"술 한 잔 먹고 싶은데, 앉을 자리가 있소?"

장비가 벌떡 일어났다. "여기 앉으시오. 당신도... 황건적 토벌에 나설 사람이오?"

거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우(關羽). 자는 운장(雲長). 하동(河東) 해량(解良) 사람이오. 사람을 죽이고 5년째 떠돌아다니고 있소."

유비의 눈이 움직였다. '사람을 죽인 자가 이런 눈을 하고 있다니.'

관우의 눈은 사나웠지만, 그 안에는 이상하리만큼 깊은 슬픔이 있었다. 세상의 불의를 참지 못해 죽이고, 그 대가를 5년째 등에 지고 다니는 사람의 눈이었다.

세 사람은 그렇게 앉았다. 짚신쟁이, 고기장수, 살인자.

밤이 깊어가고, 술이 돌고, 이야기가 쌓여갔다. 유비가 말했다.

"나라를 바로잡고 싶소."

장비가 말했다. "나도."

관우가 말했다. "나도."

세 사내의 눈이 마주쳤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 알아두기 — 정사(正史) vs 연의(演義)

유비·관우·장비의 만남은 연의의 창작이다. 진수의 정사에는 "형제의 의를 맺고 침식을 함께했다"는 기록만 있을 뿐, 어떻게 만났는지는 쓰여 있지 않다. 나관중이 14세기에 이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냈고, 700년간 사랑받아왔다.

일부 평역에서는 유비가 "황하를 바라보며"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정사에 따르면 유비의 고향 탁현은 황하 유역이 아닌 하북성 북부(지금의 베이징 남서쪽 약 100km)에 있었다.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유비 스물여덟, 관우 스물일곱, 장비 스물넷.
요즘으로 치면 취업에 실패한 20대 후반 청년 셋이 술자리에서 "세상을 바꾸어 봅시다" 하고 손을 잡은 셈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로 바꾸었지요.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100세 시대에 방향을 잃은 청춘이 넘쳐나는 지금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자격증이나 학벌이 아니라,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나는 데에서 비롯되니까요.

당신 곁에 관우와 장비가 있으신지요? 아직 만나지 못하셨다면, 오늘은 당신이 먼저 누군가의 유비가 되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내일 Day 2: 도원결의
"세 사내는 장비의 뒷마당, 복숭아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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