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眞實)
Ch.4 스위스의 금고
Ch.4 스위스의 금고 — 에필로그
에필로그 — 느티나무 (2030년 8월 1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마당의 느티나무 앞.
연만세가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100년 넘은 나무. 여름 햇살에 잎이 짙푸르렀다.
"이 나무."
연만세가 말했다.
"네 고조할아버지가 — 10년 동안 보셨던 나무다."
연통일이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이 나무를…… 감옥에서도 볼 수 있었어요?"
"운동 시간에. 하루 30분. 마당을 걸으면서 — 이 나무를 보셨을 거다."
연만세가 나무 줄기에 손을 대었다.
거친 껍질. 100년의 주름.
"통일아."
"네."
"내일 — 모든 걸 말해줄게."
"아까도 말씀하셨잖아요."
"이번엔 진짜다."
연만세가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냈다.
'眞實' 두 글자.
"이 만년필. 너의 고조할아버지가 3.1운동 날 받으셨고 — 10년 감옥에서 지키셨고 — 다음 세대로, 다음 세대로 전하신 거다."
"……"
"내일 — 이 만년필의 모든 것을 알려줄게."
연만세가 만년필을 아들에게 건넸다.
연통일이 만년필을 받았다.
따뜻했다.
8월의 햇살 때문만은 아닌 — 111년의 온기.
"이거…… 빛나는 거예요?"
"내일이면 — 알게 된다."
연만세가 아들의 어깨를 잡았다.
"네 고조할아버지는 — 10년을 견디셨다. 뼈가 부러져도 이 만년필을 놓지 않으셨다. 계좌번호를 끝까지 말하지 않으셨다."
"계좌번호?"
"내일."
연만세가 미소를 지었다. 슬프고 단단한 미소.
"통일아. 한 가지만 기억해."
"뭐요?"
"진실은 — 반드시 이긴다. 시간이 걸릴 뿐이야."
느티나무 잎 사이로 — 햇살이 내려왔다.
만년필의 '眞實' 두 글자가 — 금빛으로 빛났다.
연통일이 만년필을 들어 햇빛에 비추었다.
금빛이 — 느티나무 위로 번졌다.
100년 전 — 감옥에서 이 나무를 올려다보던 남자의 빛이.
100년 뒤 — 같은 나무 아래에서 다시 빛나고 있었다.
<hr>
111년의 네 번째 페이지가 넘어갔다.
246페이지가 남았다.
— Ch.4 「스위스의 금고」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