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眞實)
Ch.2 태평양을 건너
Ch.2 태평양을 건너 — Part 6 — 샌프란시스코
Part 6 — 피의 증언 (샌프란시스코, 1919년 4월 초)
사흘.
사흘 만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대한인국민회가 보증인을 섰다. 이민국에 서류가 제출되었다. "조선 독립운동 관련 정치적 방문"이라는 명목. 미국은 일본의 동맹국이었지만,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운 윌슨 대통령의 나라이기도 했다. 조선인 독립운동가를 노골적으로 추방하기는 —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체류 허가 석 달.
연재희에게 석 달의 시간이 주어졌다.
<hr>
사월 오일. 토요일.
샌프란시스코 한인감리교회.
흰 페인트가 벗겨진 작은 목조 건물. 십자가가 지붕 위에서 기울어져 있었다. 안에 의자가 마흔 개. 그 마흔 개의 의자가 — 모자랐다.
칠십 명이 모였다.
샌프란시스코 한인 사회 전체가 모인 것이었다. 이 도시에 사는 한인은 약 백 명. 그중 칠십 명이 토요일 저녁에 교회로 달려온 것이다.
황사용 목사가 연단에 섰다.
"여러분, 오늘 조선에서 오신 분이 계십니다. 삼월 초하루 만세 운동의 현장에 계셨던 분입니다. 직접 이야기를 들으시겠습니다."
연재희가 일어섰다.
칠십 쌍의 눈이 그를 보았다. 세탁소 노동자의 눈, 식당 접시닦이의 눈, 과일 가게 점원의 눈, 의사의 눈, 목사의 눈, 학생의 눈.
모든 눈이 — 젖어 있었다.
이미 전보로 3.1운동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신문으로도 봤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입에서 직접 듣는 것은 —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삼월 초하루 정오."
연재희가 입을 열었다.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습니다."
교회 안이 고요해졌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 이 한 줄이 읽히는 순간, 수천 명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연재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 만세를 불렀습니다. 대한 독립 만세. 종로에서, 광화문에서, 남대문에서. 태극기가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일본 헌병이 칼을 뽑았습니다. 총을 쐈습니다. 피가 흘렀습니다."
연재희가 저고리를 걷어 올렸다. 왼팔에 상처가 있었다. 헌병의 칼에 스친 자국.
"이것이 삼월 초하루의 상처입니다."
교회 안이 웅성거렸다.
"그리고…… 아이들도 맞았습니다. 열다섯, 열여섯 살 학생들이. 만세를 불렀다는 이유로."
연재희가 목을 가다듬었다.
"저는 그 날, 아이를 얻었습니다."
"아이?"
"네.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만세 소리를 들으며."
교회 안이 또 한 번 술렁였다.
"아이의 이름을 대한이라 지었습니다."
누군가 울었다. 소리 내어 울었다. 그 울음이 교회 안을 채웠다. 한 사람이 울자 둘이 울고, 둘이 울자 열이 울고.
연재희가 말을 이었다.
"저는 그 아이를 두고 왔습니다. 아내를 두고 왔습니다. 동지들을 두고 왔습니다. 왜? 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이 조용해졌다. 돈. 그 단어에 긴장이 감돌았다.
"임시정부를 세워야 합니다. 독립군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금이 필요합니다. 조선에는 — 돈이 없습니다. 일본이 다 빼앗아갔으니까."
연재희가 교회 안을 둘러보았다.
"여러분은…… 미국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세탁소에서, 식당에서, 농장에서. 힘든 줄 압니다. 돈이 넉넉하지 않은 줄 압니다."
"하지만."
연재희의 눈이 빛났다.
"여러분의 1달러가 — 조선에서는 총알이 됩니다. 여러분의 5달러가 — 조선에서는 독립군의 한 끼 밥이 됩니다. 여러분의 10달러가 — 조선에서는 지하신문 한 호가 됩니다."
침묵.
그리고 — 한 사내가 일어섰다. 세탁소 노동자. 손이 세제에 갈라져 있었다.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냈다. 구겨진 5달러짜리.
"받으시오."
"감사합니다."
"감사는…… 부끄러워서 하지 마시오. 이것밖에 없어서 부끄럽소."
두 번째 사람이 일어섰다. 과일 가게 아주머니. 동전을 손수건에 싸서 내밀었다.
"삼 달러하고 이십오 센트요."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줄이 생겼다. 마흔 개의 의자에서 일어선 칠십 명이 줄을 섰다. 1달러를 내는 사람, 50센트를 내는 사람, 10달러를 내는 사람. 동전을 한 움큼 쏟아놓는 노인, 지갑을 통째로 비우는 청년.
연재희가 돈을 받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서 돈을 받을 때마다, 그 손을 보았다. 세제에 갈라진 손. 칼에 베인 손. 삽에 굳은살이 박힌 손. 기름때가 낀 손.
이 손들이 — 조선의 독립을 만들고 있었다.
황사용 목사가 돈을 세었다.
"삼백사십칠 달러."
삼백사십칠 달러. 이천만 달러에 비하면 먼지 같은 금액. 그러나 연재희에게 이 돈은 — 이천만 달러보다 무거웠다.
칠십 명의 피와 땀이 들어 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연재희가 고개를 숙였다. 깊이.
"이 돈을…… 반드시 조국에 돌려보내겠습니다."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오."
세탁소 노동자가 말했다.
"보내는 것이오. 우리가 갈 수 없으니, 돈이라도 보내는 것이오."
연재희가 눈을 감았다.
그렇다. 이 사람들은 돌아갈 수 없었다. 돈을 벌러 미국에 왔지만, 돌아갈 나라가 없었다. 일본이 점령한 조선은 — 고향이지만 고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돈을 보내는 것이다. 몸은 갈 수 없으니, 마음을 실어서.
연재희가 수첩을 꺼냈다.
사월 오일. 샌프란시스코.
한인감리교회.
첫 번째 모금: $347.
칠십 명. 칠십 개의 손.
이천만 달러의 첫 번째 방울.
바다는 방울에서 시작된다.